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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참사 추모시 / `우리가 먼저 승희에게 손 내밀었어야` 손병주 2007-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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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hangshin.org/bbs/bbsView/62/763751

 4월은 정녕 잔인한 달이런가!
 
 주여! 우리를 용서하옵소서!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차라리 겨울에 우리는 따뜻했다
망각의 눈이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만 유지했으니
다시 움트고 살아나야 하는 4월....
     
 - T.S.Eliot -
.............................................

이해인 수녀, 버지니아 참사 추모시



사랑과 용서의 시인 이해인(61) 수녀가
버지니아공대 참사 사건의 희생자를 애도하는 추모시
 '이 부끄러운 슬픔을 딛고'를 본지에 보내왔다.
수녀는 이번 참사를 지켜보며
 "늘 우리만 먼저 생각하는 옹졸한 이기심을 용서받고 싶다"고 전했다.




이 부끄러운 슬픔을 딛고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을 보며

하염없이 한숨만 쉬는 4월입니다


이 부끄러운 슬픔 속에

우리는 지금

어떻게 울어야 하겠습니까

어떻게 기도해야 하겠습니까


한국의 아들이 쏜 총탄에 맞아

무참히 희생당한 가족들을 부르며

절규하고 통곡하는 이들에게

어떠한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알지 못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

현실이 아닌 꿈이면 좋겠다고

하늘을 원망해도 소용없는 답답함과

안타까움으로 잠 안 오는 날들입니다


'지금은 그 누구를 탓할 때가 아니고

서로의 슬픔을 포옹해야 할 때'라며

추모의 촛불을 켜는 버지니아 사람들에게

두고 두고 저주해도 시원찮을

살인자의 이름까지 희생자들과 나란히

추모의 돌에 새겨 두고

'네가 그리도 도움이 필요했는지 몰랐습니다

네 가족의 평화를 빈다'는 쪽지를

적어 놓는 그 넓고 따뜻한 마음들에게

'정말 죄송합니다 용서하십시오'라고

울면서 달려가 고마움의 악수를 청하고 싶습니다


함께 슬퍼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위로와 용서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만인에게 한마음으로 보여 주는

그 현실적인 용기와 지혜 앞에서

행여라도 우리가 민족적으로

피해를 보고 불이익을 당할까

노심초사한 그 시간들조차

부끄럽게 여겨집니다


늘 우리만 먼저 생각하는 옹졸하고

어리석은 이기심을 용서받고 싶습니다


이 부끄러운 슬픔을 딛고

우리는 이제

좀 더 따뜻하고 관대하고

폭 넓은 기도의 사람들이 되려 합니다

보이지 않는 이웃의 아픔과 슬픔과

약함을 내치지 않고

내 것으로 끌어안고 돌보는

사랑의 사람들이 되려 합니다


그동안 우리야말로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고

남을 따돌리는 편협한 문제아였습니다

화를 잘 다스리지 못하는 인격장애인이었으며

희망보다는 절망을 먼저 선택하는

우울증 환자인 적도 많았습니다


고운 봄날 영문도 모르고

피 흘리며 죽어간 희생자들에게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비탄에 잠긴 유족들에게

말로는 다 못하는 위로를

오직 눈물의 기도로

침묵 속에 봉헌하렵니다


이토록 끔찍한 일을 저질러

너무 밉지만 또한 불쌍한

어린 영혼 조승희를 대신하여

두고두고 아파하며 참회하렵니다


타오르는 촛불과 장미향 가득한

버지니아공대 추모게시판의 글처럼

앞으로의 모든 삶에 우리도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진심으로

이렇게 고백할 수 있길 바랍니다


'당신 위해 기도합니다
(Our prayers are with you)'

'모두를 사랑합니다
(We love you all)'



한 미국 어린이가 21일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 추모식이 열릴 노리스 홀 앞 잔디 광장을 걸어가고 있다.[블랙스버그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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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먼저 승희에게 손 내밀었어야`

`조승희 추모 편지` 버텍 여대생 스탠리 인터뷰



21일 버지니아공대 노리스 홀 앞 잔디광장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소를 찾은
로라 스탠리가 조승희의 추모석에 꽃을 바치고 있다.
블랙스버그=강찬호 특파원

"승희 사진을 보고
'아, 교정에서 몇 번인가 마주쳤던 그 말 없던 아이구나'고
어렴풋이 기억이 났습니다.
그때 승희에게 다가가 어깨를 치며
'야, 밥 먹으러 가자'고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학교에서 말 없는 외톨이를 만나면
입을 열 때까지 말을 걸어 친구로 만들겠습니다."


21일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현장인 노리스 홀 잔디광장에 놓인
33명의 사망자 추모석 앞에서 만난 이 학교 학생 로라 스탠리(22.여.경영 3년)는
이렇게 말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사건 다음날 설치되자마자 꽃과 편지가 수북이 쌓였던
다른 32개의 추모석과 달리
조승희의 그것은 사흘 뒤(20일) 스탠리가 처음 편지를 놓고 가면서
꽃.편지가 쌓이기 시작했다.


편지는

"승희야, 난 너를 미워하지 않아.
너와 친구가 되고 싶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니.
이 세상 모든 이들로부터 떨어져
홀로 끔찍한 고통을 겪었을 네게
손 한 번 내밀지 않았던 나를 용서해 줘.
이제 저세상에서라도 너를 옥죄었던 고통에서 벗어나
편안히 지내길 바래"

라고 썼다.


21일 조승희 추모석 앞에 꽃과 촛불을 바치기 위해 다시 나타난 스탠리에게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조승희에게 편지를 쓴 이유는.

"이틀 전 이곳에 왔었는데 유독 승희 추모석만 썰렁했다.
'승희 역시 가해자이자 희생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도 우리와 같은 영혼이 있다.
어머니와도 상의했는데 동의했다.
그래서 어제 편지를 써 올려놨다.
오늘 와보니 편지와 꽃이 많이 놓여 있어 기쁘다."



-범인의 총에 숨진 사람들과 범인을 똑같이 추모하는 건 지나치다는 비판도 있지 않을까.

"수렁에 빠져 '살려 달라'고 외쳤지만
아무도 오지 않아 며칠, 몇 달, 몇 년을 갇혀 지냈다고 생각해 보라.
승희가 그런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를 탓하기 전에 우리가 그에게 도움의 손을 뻗치지 않은 걸 뉘우쳐야 한다."


-범인을 용서하자는 것인가.

"용서는 살아있는 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지금 누구보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은 승희의 가족일 것이다.
그들을 만난다면 꼭 안아주고, 할 수 있는 모든 도움을 주고 싶다.
미국이 그들을 감싸 줘야 한다."


-조승희는 한국 출신이다.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의 잘못일 뿐 인종.국가와는 관계없다.
책임은 우리(미국)에게 있다…."
 

이날 33개 추모석을 줄지어 참배한 2000여 미국인들은
조승희의 것 앞에선 한참 동안 멈춰 생각에 잠겼다.
상당수는 편지들을 꼼꼼히 읽었다.
부모가 아이에게 편지를 읽게 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어떻게 범인을 추모하느냐"고 언성을 높이거나 편지를 찢고,
추모석을 훼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용서와 포용의 현장이다.

블랙스버그=강찬호 특파원
[stoncold@joongang.co.kr]

*중앙:200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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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이같이 한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
이는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취게 하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리우심이니라"
(마태복음 5:44-45)
 
 
죄짐맡은 우리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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